종교가 있건 없건 ‘천국’의 모습은 어떨까, 하는 생각은 다들 해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. 물론 아무도 그 모습을 알 수는 없지요. 각자의 상상의 영역일텐데 저는 남미 문학의 거장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상상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. 보르헤스는 말합니다. “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책으로 가득 찬 도서관일 것이다”
단지 작가이기 때문에 천국을 도서관이라고 말한 것이라 할 수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인류가 생겨나 살아 온 모든 이야기들, 서로 싸우고 화해하며 공동체를 만들고 가꾸어 온 역사들, 타고난 천재들이 써 내려간 기상천외한 이야기들, 상상과 직관과 논리로 만들어 낸 수많은 사상과 아이디어들이 모두 있는 도서관이야말로 천국에 가장 가까울 수 있습니다.
도서관처럼 많은 책이 있지는 않더라도 내가 많이 좋아하고 자주 손이 가는 책들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도 천국일 수 있습니다. 그 책들 중에 내가 직접 쓴 책도 있다면 더욱 더 그곳은 소중한 공간이 될 것입니다. 나만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일, 그건 나만의 천국을 만들어 가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