▶<마침내 멸망하는 여름>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. 특히 작년 리커버 에디션이 나온 이후에 주요 인터넷서점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는데요, 이 시집이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?
우선 가장 주요 키워드가 <여름>인 만큼 여름이라는 계절이 주는 감각이 이유였던 것 같아요. 아름답고 가장 생동적인 계절이 우리의 삶에서 멸망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거든요. 그게 많은 분들의 삶와 연결되는 동시에 모든 외로움과 사랑을 끌고 와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.
▶출간 이후 가장 인상 깊었던 독자의 피드백이나 반응이 있으신가요?
여름이 오니 이 시집이 생각난다는 말이 있었어요. 문장은 기억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든요. 제 문장들이 누군가에게는 기억되고 앞으로도 꾸준히 마음에 남는다는 생각을 하니까 더 인상 깊었다고 생각했어요.
또 어떤 독자분께서는 제 글을 읽고 여름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되었고, 출간까지 하셨다고 연락 주셨었어요. 누군가에게 영향이 간다는 것은 큰 기쁨이라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.
▶작가님의 시는 추상적이고 큰 단어를 주제로 쓰여지는 것이 특징인데요. 출간 1주년을 맞은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인가요?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.
외로움이라는 말이 정말 생각나는 것 같아요. 외롭다는 게 마냥 안 좋은 건 아니더라고요. 외로우면 누군가를 끌어안을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. 사람은 외로울수록 더 예민해지고 섬세해지는 것 같아요. 사랑이 없어서 외로운 것도 있겠지만 내 안에 무언가가 가득해서 외로울 때도 있었거든요. 외로움이란 모든 사람들에게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인 것만 같아서 흥미로웠어요.
▶ <마침내 멸망하는 여름>과 최근에 출간하신 <유령 알러지>까지 모두 여름과 관련된 소재의 시집을 출간하셨는데요. 작가님에게 ‘여름’은 어떤 의미인가요?
여름이라는 건 가장 길면서 생동적이잖아요. 그런 날을 누군가는 살아있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하고 누군가는 너무 더워서 싫듯이 각자 다양한 마음을 넓히는 게 좋았어요. 저는 의외로 여름을 싫어했거든요. 이렇게 길고 너무 더울 바에는 그냥 사랑해버리자! 미워하는 것도 사랑해야 할 수 있다! 라는 생각으로 버티려 했어요. 그러다보니 이렇게 오래 제 안에 남는 여름이 되었네요.